오버워치 출시 초창기에 하루 한두판 잠깐잠깐씩 즐긴 후에 보름만에 삭제를 했다.
나름 재밌었지만 즐거운 기억을 뒤로하고 게임을 삭제하게 된 이유를 몇가지 설명하자면...
1. 나는 30대 아재로 20대 시절과는 달리 동체시력 및 불굴의투지가 소멸된 상태이기에
게임을 이기는 것 자체엔 관심이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그당시 다른 사람들도 승패엔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확실히 나이가 들었음을 느낀 것이 보통의 FPS 게임은 하늘 위를 볼 일이 없는데
이 게임은 총알이고 뭐고 저멀리 하늘 위로 날아다니니 굉장히 정신이 없었다.
2. 상대를 쏘고 죽이고 차량을 이동시키며 게임 목적을 달성하는 것보다는
플레이어들 전원이 그냥 각자의 맵 탐험을 하며 노는 분위기였다.
와우만큼은 아니지만 타 FPS와 비교하면 상당히 배경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맵에 감탄하며
경치구경을 하던 중에 상대편과 마주쳐도 무시하고 서로 자기 갈길을 가는 쿨함을 가지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다.)
3. 어떤 캐릭터 스킬 중에 공간이동 하는 포탈같은게 있었는데 누가 그걸 열거나,
사람들이 모여 허공에 궁극기 축제를 열면 상대편도 조용히 와서
그 광경을 구경하곤 했다. (아마 뭔지 몰라 신기해서 구경했던듯 하다.)
상대 궁극기에 일부러 맞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4. 블리자드 게임답게 높은 자유도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맵 탐방 중에 수영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는데
그대로 죽어버릴 줄은 몰랐다. 블리자드에 대한 크나큰 배신감이었다.
5. 이 게임에서 음성채팅은 팀웍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보통 게임의 궁금한 점을 남에게 물어보는 Q&A 시간을 갖거나,
한번도 안써본 궁극기 쓰고 오오오~~! 하며 감탄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꽤나 높은 빈도로 전국노래자랑, 성대모사 배틀이 열리곤 했다.
물론 참가자들과 청취자들 모두 승리따윈 관심이 없고 점수를 매기며 우승자를 가려내기에 바빴다.
게임 삭제한 뒤 한참 뒤에 들은 소문으로는 이제 전국노래자랑 대신 전국패드립배틀이 열린다는데 아쉽긴 하다.
6.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고 말하는 년은 정의는 커녕 사탄과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석양이 지는데 왜 내가 죽는지 이해를 못한 채로 게임을 삭제했다.
(이건 나중에 친구가 하는걸 보고 알게되었다. 콧수염난 망토거지놈이 범인이었다.)
지금 이걸 오랜만에 다시 설치해볼까 하고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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